역사[문화]

무덤은 말한다, 발해의 진실을

梅谷 2009. 8. 27. 10:03

[오늘의 세상] 무덤은 말한다, 발해의 진실을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동북공정 논리' 정면 반박하는 유물, 중(中) 지린성에서 출토
황후 호칭·금제 관식 등 고구려의 정통 계승 입증

중국 동북지방의 발해 왕실 무덤에서 고구려 조우관(鳥羽冠·새 깃털을 꽂은 관)을 꼭 빼닮은 관(冠) 장식과 묻

힌 사람을 '황후(皇后)'라고 밝힌 비문이 확인됐다.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당(唐)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주

장해온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정면반박하는 유물들이다. 게다가 이 유물을 발굴하고 확인한 것이 중국 정부

연구소다.

중국 지린성(吉林省) 문물고고연구소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문물관리위원회 판공실은 지린성 허룽시(和

龍市) 룽터우산(龍頭山) 일대 발해시대 고분 14기의 발굴 결과를 최근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의 '고고(考

古·2009년 제6기)'에 발표했다. 8세기 후반~9세기 전반 조성된 이 고분군은 1980년대에 발해 3대 문왕(文王)

의 넷째 딸인 정효공주(貞孝公主) 무덤이 발굴됐던 곳이다. 중국 정부는 발해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4~2005년 이 일대를 발굴했으며, 그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지린성 허룽시 룽터우산 일대 발해시대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제 관식(왼쪽 사진). 새의 날개 이미지가 세 가닥으로 갈라진 식물 이파리처럼 표현돼 고구려 조우관(鳥羽冠)의 전통을 잇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른쪽 사진은 이 금제 관식이 나온 M13·M14 무덤으로 부부 합장묘로 추정된다./송기호 교수 제공

발굴 결과를 정리한 '발해 왕실묘장 발굴 간보'에 따르면, 룽터우산 발해 고분군 중 대형 돌방무덤(석실묘)인

M12와 M3호 무덤에서 각각 발해 3대 문왕의 부인인 효의황후(孝懿皇后)와 9대 간왕(簡王)의 부인인 순목황

후(順穆皇后)의 이름을 새긴 비석이 출토됐다. 순목황후 묘지는 너비 34.5㎝, 높이 55㎝, 두께 13㎝로, 세로 9

행에 걸쳐 총 141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고, 비문에는 "발해국 순목황후는 간왕의 황후 태씨(泰氏)다"라는 명문

이 적혀 있다. 또 부부 합장묘로 추정되는 M13·M14 무덤에서는 고구려 조우관의 전통을 잇는 금제 관식과 팔

찌·비녀 등이 출토됐다.

최근 이 보고서를 확인한 송기호 서울대 교수(발해사 전공)는 25일 "묘지에 황후라는 호칭을 썼다는 것은 발해

가 지방정권이 아니라 황제국을 지향했다는 증거이고, 무덤 양식이나 부장품을 보면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하

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상 대전대 교수는 "새의 날개 이미지를 세 가닥으로 갈라진 식물

이파리처럼 표현한 금제 관식은 고구려 조우관의 전통이 발해까지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물 자

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