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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m 위용 우주 발사체, 0.01㎜ 얼음 알갱이에 '벌벌'

梅谷 2009. 3. 17. 17:03

[사이언스 인 뉴스] 53m 위용 우주 발사체, 0.01㎜ 얼음 알갱이에 '벌벌'

日 HⅡA발사, 2번이나 미뤄 구름 속 얼음 알갱이들이 (+)(-)전기 만들어 벼락 생성 발사체 진입때 내리치기 때문

다네가시마=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지난 1월 21일 제주도 남동쪽 500㎞에 있는 일본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는 지구관측위성 이부키를 쏘아 올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연료 주입과 각종 부품 제어 등 아무런 문

제가 없었다. 하늘엔 짙은 갈색의 구름이 껴 간간이 비를 뿌리긴 했지만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날씨였다.

악천후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이부키를 태운 발사체 HIIA의 발

사를 포기했다. 이튿날인 22일에도 발사를 포기했다가 23일에야 발사했다. 바로 구름 속에 들어 있는 지름

0.01㎜의 작은 얼음 알갱이 때문이었다. 왜 거대한 우주 발사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얼음 알갱이를 두

려워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주 발사체가 구름을 뚫고 지나갈 때 이 작은 얼음 알갱이가 발사체에 벼

락을 내려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 일본이 자랑하는 HIIA 발사체가 '전기를 띤 구름'이 없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AP연합뉴스 제공
피뢰침 들고 벼락 맞는 꼴

구름에는 작은 물방울이 잔뜩 들어 있다. 그런데 지상 수㎞ 상공에서는 온도가 섭씨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 공기에서 수분을 흡수해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생기기도 하고, 아니면 원래 있던 물방울

이 얼어 얼음 알갱이가 되기도 한다. 얼음 알갱이들이 서로 뭉치면 지름이 1㎜나 되는 우박이 된다.


일반적으로 우박은 음(-) 전기를 띠고 무게 때문에 구름 밑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작은 얼음 알갱이들은 (+)

전기를 띠고 구름에서 상대적으로 위쪽에 자리잡는다. 결국 두께가 1㎞가 넘는 구름 내에서 (+) 전기와 (-) 전

기가 아래위로 자리잡게 되면 하늘 높은 곳에 거대한 자연 축전지가 만들어지는 꼴이 된다.


하늘의 자연 축전지인 구름에서 전기가 과도하게 쌓이면 외부로 내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벼락이다. 그렇지만

JAXA는 벼락이 치지 않는데도 발사를 연기했다. 발사체가 구름을 통과할 때 없던 벼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

다.


뾰족한 연필 모양의 발사체를 구름 속으로 올리면 마치 거대한 피뢰침을 구름 안에 집어넣은 것과 같은 효과

가 생긴다. 결국 구름 속에 형성된 전기장이 발사체로 집중되면서 내부 전자장치를 망가뜨릴 수 있다. 또 발사

체가 내뿜는 화염 속에도 전기를 띤 물질들이 있는데 이 역시 구름 속의 전기를 띤 입자와 반응을 한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의 국봉재 선임연구원은 "구름 속에 1m당 1㎸(킬로볼트) 정도의 전기장이 걸리면 발사체의 전

자부품들이 고장 나 발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끼 로켓' 띄워 구름 상태 파악

당연히 우주센터에서는 발사 전에 구름의 전기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아주대 우주계측정보공학과 김두환 교

수는 "구름 정보를 알기 위해 때로는 소형 로켓을 올리기도 하는데 당연히 로켓이 망가질 것을 전제하고 사용

한다"고 말했다. 지난번 발사 당시 JAXA는 비행기를 띄워 구름 속의 전기를 측정했다. 구름 내부의 공기를 흡

입해 전기 세기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한국 국적 최초의 발사체를 발사하려는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레이더를 사용해 얼음 알갱이의 농

도를 파악한다. 레이더는 공중에 쏜 전자기파가 물체와 부딪혀 반사되는 것을 통해 물체의 위치 정보를 파악

하는 장치이다.

국 선임 연구원은 "레이더를 구름에 쏘고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분석해 얼음 알갱이가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발사체의 발사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물론 발사체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페인

트를 칠하는 등 보호 장치를 구비하면 구름을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엄청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구름 속의 전기를 이기기 위해서 그렇잖아도 비싼 발사체의 몸값을 더 올리느냐, 아니면 구름을 피하고

발사하느냐를 판단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현재로서는 구름을 피해서 발사를 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

한다.